10대 시절 엉뚱한 장난을 치고 괴이한 행동을 따라하다 엄청 혼난 일이 있었다. 고교얄개를 따라했기 때문이다. 70년대 하이틴 영화는 당시 10대들의 환타지였고, 지금은 10대 때를 회고하는 자에게 가슴이 찡한 다시 돌아 가고픈 추억의 모습이다. 그때를 그리며 오늘은 70년대 하이틴 영화들을 소개한다.
1. 70년대 하이틴 영화에 대해
1970년대 중반기 영화계에는 일대 폭풍이 휘몰아쳤다. 이른바 하이틴 영화로 “여고졸업반”(1975, 김응천)이 불씨를 당겨 1976년과 1977년, 2년 동안 집중적으로 만들어진 10대 명랑 영화 시리즈이다.
1) 70년대 하이틴 영화의 배경
1970년대 하이틴 영화가 폭발적으로 등장한 것에는 무엇보다 당시의 정치적 이유가 가장 컸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1975년 8월 30일, 유신 정부는 ‘폭력영화의 제작 및 수입 불허기준’을 발표했다. 대중 문화에서 폭력물을 방지한다는 문화적인 차원이 있었지만 폭력영화가 시위로 이어질까 염려하는 정치적인 이유가 함께 있었다. 그래서 영화의 주제, 스토리, 대사 하나에 까지 검열을 해서 조금이라도 체제비판이 보이면 대사 한마디는 물론 장면 전체를 삭제했다.
이런 상황에서 까다로운 검열을 피하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선택한 돌파구가 하이틴 영화였고, 1976년과 1977년 2년 동안 하이틴 영화가 폭발적으로 발표되고 엄청난 인기를 모았다.
2) 70년대 하이틴 영화의 두 가지 라인
1975년 김응천 감독이 “여고졸업반”을 출시했는데 엄청난 인기를 모았다. 이에 촉발되어 1976년과 1977년, 2년 동안 집중적으로 하이틴 영화가 쏟아져 나와 극장가를 핫하게 만든 문제작이 되었다. 그런데 이 시절 하이틴 영화는 주로 두 개의 라인으로 제작 발표되었다. 임예진-이덕화 콤비가 출연한 ‘진짜 진짜 시리즈’와 이승현-강주희-김정훈-진유영 등이 콤비를 이룬 ‘얄개 시리즈’ 두 라인이다.
임예진-이덕화 라인의 하이틴 영화는 10대의 청순한 우정을 주제로 다루었는데 여고생 취향의 순정 만화적 정서를 물씬 풍겼다. 그래서 마치 당시 유행하던 ‘러브 스토리’나 ‘라스트 콘서트’를 보는 것 같은 감동을 주었다. “진짜 진짜 잊지마”(1976, 문여송)가 첫 번째로 개봉되었고, 이 영화가 히트를 치자 전작과 동일하게 이덕화와 임예진이 주연인 “진짜 진짜 미안해”가 나와 히트를 쳤다. 문여송 감독은 여세를 몰아 “진짜 진짜 좋아해”(1977)를 만들어 진짜진짜 트리플 시리즈를 완성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영화의 대 히트로 당시에는 개념도 없었던 영화의 주제가도 대 히트를 쳤다. 김응천 감독의 “여고졸업반”은 여주인공 임예진을 청소년의 우상으로 만들었고, 신인이나 다름없던 가수 김인순의 주가도 치솟게 만들었다. 이와 비슷하게 진짜진짜 좋아해의 주제가도 당시 탑 가수였던 혜은이가 불러 대 히트를 쳤다.
임예진-이덕화 라인과는 색깔이 다르게 하이틴 영화의 붐을 일으킨 것이 이승현-강주희-김정훈-진유영 등이 콤비를 이룬 남학생 취향의 ‘얄개 시리즈’이다. 장난기 가득한 웃음과 신선하고 엉뚱한 발상과 행동으로 가득찬 밤톨 머리 고교생 얄개와 친구들의 좌충우돌 소동과 우정을 지키기 위해 서로 희생하는 이들의 모습은 진짜진짜 시리즈보다 더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다. ‘진짜 진짜 잊지마’가 6만여 명(서울 단관극장 개봉 기준)의 관객을 동원했고, ‘고교 얄개’는 26만을 동원했다. 이로서 하이틴 영화는 70년대 중후반 영화계를 휘어잡는 돌풍과 같이 유행하게 된 것이다.
‘고교 얄개’가 히트를 치자 곧바로 동일 출연진으로 “속 고교 얄개-얄개행진곡”(1977, 석래명)이 만들어졌고, 연속해서 “고교우량아”(1977, 김응천)가 나왔다. 이때 이승현, 강주희, 김정훈, 진유영 등은 이후에 만들어질 하이틴영화들의 주역이 된다.
3) 70년대 하이틴 영화의 세퇴
태풍과 같이 대 히트를 친 하이틴 영화의 인기는 태풍처럼 갑자기 사라졌다. 아무래도 비슷한 유형과 정형화된 내용은 오래 갈 수 없는 법이다. 1977년 말부터 서서히 퇴조하기 시작한 하이틴 영화의 붐은 하이틴 영화로 초대박 히트를 제조한 세 감독(김응천, 문여송, 석래명)이 에피소드 하나씩을 연출한 옴니버스영화 “우리들의 고교시대”와 “고교 명랑교실”(1978년)을 끝으로 마침표를 찍고, 얄개시대의 ‘괴짜’들은 1982년 김응천 감독의 “대학얄개”로 포문을 열었다.
2. 70년대 하이틴 영화에 대한 평가
하이틴 영화 속의 세계는 밝고 명랑하며 효도와 우정이 가득한 세상이다. 그 안에 여학생들의 서정적 감성을 자극하는 진짜진짜 시리즈가 있고, 남학생들의 코믹과 엉뚱함을 자극하는 얄개 시리즈가 존재한다. 이것이 1970년대 하이틴 시리즈가 대 히트를 친 이유라 평할 수 있다.
이 교훈은 당시의 사회적 모토와도 일치했다. 건강한 청소년으로 성장해 산업사회의 역군이 되어야 한다는 유신 정국의 모토말이다. 하지만 넓게 보면 유신 시대뿐아니라 이제까지 한국 사회가 청소년을 바라보면서 강조한 가르침인 것이다.
어쨌든 이 영화들은 70년대의 혼란스런 사회에서 이상적인 학교를 꿈꾸는 판타지물이다. 지금은 이상적인 학교를 꿈꾸는 환타지가 어떤 모습인지 궁금하다.
3. 70년대 하이틴 영화 무료 몰아 보기
물론 1970년대 하이틴 영화에는 진짜진짜 시리즈와 얄개 시리즈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하이틴 스타로 명성을 떨쳤던 배우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다른 영화도 많다. 문제는 오늘 이 영화들을 다시 만나기 어려운 것들이 많고, 다시 볼 수 있더라도 화질이 많이 좋지 않은 것도 있다는 사실이다.
어쨌든 1970년대 하이틴 영화들을 모아서 몰아 보기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분류는 얄개 시리즈와 진짜진짜 시리즈, 그리고 기타 시리즈로 나누었다.
고교얄개(1976년)
고교우량아(1977년)
괴짜만세(1977년)
소문난 고교생(1977년)
고교꺼꾸리장다리군(1977년) VHS 1부
고교꺼꾸리장다리군(1977년) VHS 2부
고교우량아(1977년)
고교 명량교실(1978년)
진짜진짜 잊지마(1976년)
진짜 진짜 미안해(1976년)
너무너무 좋은거야(1976년)
진짜 진짜 좋아해(1977년)
남궁동자(강주희, 이승현 주연, 1977년)
해뜨는 집(강주희, 이승현, 김정훈 주연, 1980년)
대학 괴짜들(이승현, 이미영, 배철수, 김형용 주연, 198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