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권하고 싶은 인생 최초 구두 알든 990, 9901 리뷰


대학교 3학년 때 나는 첫 번째 직장에 출근했다. 이때 부모님은 내 인생 첫 번째 양복과 구두를 사주셨다. 그때 처음으로 수제 양복점에서 양복을 맞추었고 제화점 구두를 신어보았다. 그 후 양복과 구두는 나의 제복이 되어 기억할 수 없이 많은 다양한 양복과 구두를 이용했다. 이젠 부모님이 나에게 했던 것과 같이 아들에게 인생 첫 번째 양복과 구두를 사줄 날이 올 것이다. 누군가가 아들에게 인생 첫 번째 구두로 무엇을 사주고 싶은가 묻는다면 두말하지 않고 알든 990, 9901이라 대답한다. 아버지로 아들에게 선물하는 첫 번째 구두라는 상징성에서, 낡아지면 낡아질수록 오히려 더 폼이 나는 명품이기에 그렇다.


알든 로고
또 다른 명품 구두 강추!!
명품 빈티지 더비 슈즈의 끝판왕 구이디 992 구이디 992X




사람들은 낡고 헤질수록 더 아름답게 보이고 낡아 사용할 수 없기에 오히려 더 간직하고 픈 물건을 명품이라 정의한다. 그래서 ‘명품=평생’이라는 도식이 만들어졌다.

이 도식을 충족하는 명품은 다양한 조건을 가진다. 고가의 물건일 수 있다. 하지만 가격은 별론데 한 사람의 히스토리와 추억이 진하게 담겨있는 것일 수도 있다. 나의 명품 1호가 이에 해당되는 군번줄이다. 또 ‘최초’라는 의미를 품은 물건일 수도 있다. 나의 최초 노트북이었던 ‘핸디북’ ‘삼성 SPC 5100n’은 아직도 구하지 못한 나의 명품이다. 그리고 평생 한 번만 만들어보자고 도전한 후 1년 넘게 만들고 있는 스케일 모델 셔먼 파이어 플라이(Sherman VC Firefly)는 자녀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나의 명품이다.

그런데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 객관적인 차원에서 명품으로 인정받는 것들도 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명품이라 일컫는 것들이다. 최상의 품질과 디자인은 물론 세계적인 장인 정신에 담긴 히스토리와 우수한 예술적 가치, 높은 가격과 환금성 등이 객관적으로 입증된 것들이다.

명품의 포커스를 구두에 집중하면 손에 꼽을 수 있는 명품 구두들이 있다. 그중 우리 아들과 같이 20대 초반 남성에게 적합한 생애 최초 구두로 포커스를 더 좁히면 가장 추천하고 싶은 것이 알든 990, 9901이다. 이는 알든 990, 9901가 개인적인 차원의 명품과 객관적인 차원의 명품 모두를 충족하고도 남음이 있기 때문이다.


Alden 990 & 9901 Shell Cordovan Plain Toe Blucher
Alden 990 & 9901 Shell Cordovan Plain Toe Blucher




필자가 아들을 위한 생애 최초 구두로 알든을 강조하는 것은 명품적인 가치로 인해 사용할 때는 물론 낡아지는 것도 멋지고 품격 있고, 헤어져도 버릴 수 없는 소장품이 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알든 구두를 사용할 때는 명품적 고퀄리티를 폼내는 용도로, 사용할 수 없을 때는 추억과 명품성을 지닌 소장용으로 모두 가능하다. 그러면 우리 아들은 아빠가 최초로 사준 구두를 평생 추억의 명품으로 간직할 것이다.


알든 990, 9901외에 명품 구두는 많다. 하지만 알든 990, 9901을 생애 최초 구두로 강추하는 것은 이 구두가 가지고 있는 놀라운 조합성 때문이다.

알든 990, 9901은 어떤 옷차림과 매치를 하느냐에 따라서 매력이 다르게 나타난다. 이는 알든 990, 9901이 클래식 중심의 영국식 스타일이 아니라 아메리칸 스타일로 디자인 되었기 때문이다.

알든 990, 9901은 아메리칸 스타일로 디자인 되었기 때문에 실용성과 심미성의 균형이 적절하다. 그런 이유로 코도반이 드러내는 은은한 광은 청바지와 같은 캐주얼한 복장과도 어울리고, 코도반의 광빨을 강조하면 글래식한 수트와도 어울려 멋진 자태를 뽐낼 수 있게 해준다. 그러니까 너무 젊게 보이지도 않고 너무 늙다리같이 보이지도 않아 20대는 물론 중장년에게도 적합하다.

개인적으로는 롤업된 셀비지 청바지와의 매치가 너무 좋아 젊은이들과 같은 기분을 연출하고 싶을 때 자주 사용하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중후한 핏을 보이면서 너무 클래식하지 않은 분위기를 연출하고 싶을 때는 적당한 양복에 알든 990과 라도 캡틴쿡을 조합하여 손목과 발목에 블링블링한 포커스를 주곤 한다.

개인적으로 알든 990와 라도 캡틴쿡의 버건디 컬러의 조합은 최상의 컴비네이션을 가진다 생각한다. 어떤 경우에는 버건디 컬러가 너무나 화려해서 부담스러울 때도 있어 주춤하게 된다.


알든 990의 버건디 컬러
알든 990의 버건디 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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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든 990, 9901의 명품적인 유명세와 놀라운 조합성은 무엇보다도 코도반 가죽이 보여주는 광택과 주름의 묘한 매력에서 기인한다. 코도반 가죽은 말 엉덩이 가죽으로 소가죽과는 다른 묘한 광택과 보기 좋은 주름을 만들 수 있어 광빨과 주름빨로 존재감이 굉장하다.

코도반 가죽은 엄청 쫀쫀하고 밀도가 높아 땀 구멍이나 털 구멍을 찾을 수 없어 광택이 뛰어나다. 가죽 자체가 튼튼하여 오래 신어도 세세하게 갈라지는 균열이 생기지 않는 내구성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피할 수 없이 만들어지는 주름이 오히려 구두의 자연스러운 세련됨을 도드라지게 만드는 장점이 된다.


구두의 가치를 망치는 나쁜 주름(우)과 우아하게 주름이 잘잡힌 알든 9901(좌)
구두의 가치를 망치는 나쁜 주름(우)과 우아하게 주름이 잘 잡힌 알든 9901(좌)


그래서 알든 990, 9901을 구입하면 어퍼 주름잡기를 잘하는 노하우를 익혀야 할 정도다. 이것은 주름 잡힐 부분을 일부러 만들어 주는 것으로 처음부터 제대로 된 주름을 잡지 않아 발생하는 심미적인 불편함과 구두의 가치 하락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주름이 너무 앞쪽에 생긴다거나 이상한 방향으로 주름이 잡히고, 양쪽 구두의 주름이 서로 다르면 주름이 만들어주는 명품성이 사라지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 구매할 경우 반드시 알든의 착장 사진들을 참고해서 가장 맘에 드는 주름을 선택해서 비슷한 위치에 주름을 잡아주어야만 구두의 가치를 더 크게 만들 수 있다.

게다가 코도반으로 제작된 구두 브랜드가 많지 않고, 알든 990, 9901은 코도반으로 만들어진 구두 중 노하우를 130여년 4대에 결쳐 축적한 결정품이라 코도반 구두로는 최상의 퀄리티를 가지고 있다.




알든 990, 9901은 가격 만큼이나 구하기 쉽지 않아 이 브랜드를 구두의 마지막 종착지나 드림슈라고 부른다. 쿠팡에서도 물량이 많지 않고, 어제까지 판매하던 것이 오늘 사라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알든 990에 비해 알든 9901의 판매량이 적은 것도 특징이다.

참고로 알든 990과 알든 9901은 버건디 컬러와 검정색 컬러의 차이만 있다.


알든 990 플레인 토 블러처 컬러 8 쉘 코도반
알든 ALDEN 플레인 토 블러처 컬러 8 쉘 코도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