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우리 은하의 모양, 크기, 구성을 알아냈을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말을 좋아한다. 이 믿음이 고난과 어려움이 풍파같이 밀어 닥치는 인생을 성공적으로 살아가는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해서 그렇다. 실제로 아무리 생각해도 불가능한 문제가 이루어질 수 있다. 인내로 포기하지 않으면 불가능이 상상 불가의 성공으로 바뀌는 방법이 보인다. 그러한 사례를 먼지보다 작은 인간이 우리 은하를 측량하고 분석했던 역사적 사실들을 통해서 생각해 본다.


어떻게 우리 은하의 모양, 크기, 구성들을 알아냈을까?







지구를 약 6억 배로 축소해서 2cm 크기의 바둑 알 만하게 만들면 우리 태양계가 자리를 잡고 있는 우리 은하는 크기가 15억km가 된다. 그리고 우리 각 개인을 대략 1.8m라 가정하면 지구는 우리 개인보다 7백만 배의 크기이다. 그러면 2cm 바둑 알 하나 크기의 7백 만 분의 일이 우리 한 사람의 크기가 된다.

2cm 바둑 알 하나의 7백 만 분의 일이 되는 우리 개인 한 사람과 크기와 15억km가 되는 우리 은하를 비교하려면 우리의 상상력에 과부하가 걸린다. 우리 개인은 너무나 작아 먼지 크기라고 말할 수 없을지도 모를 지경이다. 그렇게 작은 인간이 어마어마한 우리 은하의 크기, 모양, 구성 등을 알아낸다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일까?


우리 은하의 크기나 모양을 알려면 번득 생각나는 것이 우리 은하 밖에서 우리 은하를 보고 관측하는 방법이 있다. 마치 드론을 하늘 높이 띄우면 지상의 풍경을 한 눈에 볼 수 있듯이 드론같은 우주선을 우리 은하를 조망할 수 있는 우주 밖으로 띄우면 관측이 가능할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가능할까? 과학자들의 말을 빌면 18억 년 후에는 가능할지도 모른다.


인류의 기술로 지금 현재 지구를 떠나 가장 먼 거리에 도달한 것이 보이저 1호이다. 보이저 1호는 지금까지 인류가 만들어낸 최고 속도인 초속 17km(시속 6만km)로 2023년 현재 46년을 날아가 태양계를 벗어난 지 얼마 안되었다. 보이저 1호는 현재 지구로부터 232억km 거리의 성간 우주 공간을 내 달리고 있다.


나사 JPL 웹사이트에서 보이저 1,2호에 대해서 살펴보기 ▶▶
태양계를 돌파!! 우주공간으로 돌진하는!! 우주 탐사선 보이저 1, 2호 ▶▶


과학자들은 이 속도로 아무 이상 없이 보이저 1호가 달리기를 계속한다면 우리은하 밖으로 빠져 나가는 데에 18억 년이 걸린다 계산한다. 보이저 1호가 얼마나 더 달려 나아가야 우리 은하 전체 모습을 사진으로 찍고 측량할 수 있는지 모르지만 과학자들의 말을 빌리면 최소 18억 년 후에야 우리 은하 셀카를 찍을 수 있다. 어떤 방법이든 인류의 기술로 직접 우리 은하의 크기나 모양을 측정하는 것은 18억 년 후에나 가능하다는 말은 사실 불가능하다는 말과 매 한 가지이다.


그런데 어떻게 해서 과학자들은 이미 우리 은하의 모양과 크기, 구성은 물론 우리 은하에 대한 상세한 사항들을 마치 본 것처럼 말할 수 있었을까?

과학자들이 우리은하의 형태와 크기를 알기까지 수많은 천문학자들의 400년에 걸친 노고가 숨어 있고, 현재 우리 은하에 대한 지식은 100년 전까지만 해도 모르던 것이었다. 17세기 천재 과학자 갈릴레오 이전까지 인류는 우리 태양계가 우리가 은하수(milky way)라고 부르는 우리 은하에 속했다는 사실도 알지 못했다.


Piton de l'Eau, Réunion Island Luc Perrot, 2012년 올해의 천체 사진가 지구와 우주 상을 수상한 은하수 전망
Piton de l’Eau, Réunion Island Luc Perrot, 2012년 올해의 천체 사진가 지구와 우주 상을 수상한 은하수 전망


하지만 1610년 갈릴레오는 자신이 직접 만든 망원경을 통해 은하수를 관측한 결과, 흐릿하게 마치 구름같이 보이는 은하수가 실제로는 개개의 별들로 구성되었다는 알아냈다. 그래서 갈릴레오는 은하수는 무수한 별들의 집적이라 발표했다.


100년이 흐른 이후, 유명한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와 동시대인으로 천왕성 발견자인 윌리엄 허셜을 통해서 우리 은하의 모양에 대한 획기적인 그림이 발표되었다. 이 발표는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우리 은하의 모습과 차이가 많지만 우리 은하의 모습과 태양이 우리 은하 내에 어디 쯤 위치하는지 알아내려는 시도로 보면 최초의 시도라는 점에서 획기적이었다.


윌리엄 허셜과 허셜이 그린 우리 은하의 모습. 허셜은 은하수에 가까울수록 별이 많이 분포하고, ​태양은 은하 중심부분에 있다 주장했다
윌리엄 허셜과 허셜이 그린 우리 은하의 모습. 허셜은 은하수에 가까울수록 별이 많이 분포하고, ​태양은 은하 중심 부분에 있다 주장했다
칸트의 성운설’(Kant’s Nebula Hypothesis) ▶▶
허셜의 성운 구조 이론(Theory of the structure of nebulae) ▶▶


1922년, 네덜란드의 야코뷔스 캅테인은 “항성계의 배열과 운동 이론에 관한 최초의 시도”에서 우리은하를 중심에서 멀어질수록 별의 밀도가 감소하는 렌즈 모양의 섬 우주로 그려주었다. 그는 우리은하의 크기는 약 4만 광 년, 두께가 6500광 년이며, 태양의 위치는 우리은하 중심에서 2000광 년 떨어진 지점에 있다 발표하므로 수치에 차이가 있지만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우리 은하에 대한 연구에 상당히 근접하는 값을 내놓았다.


야코뷔스 캅테인의 ‘항성계의 배열과 운동 이론에 관한 최초의 시도’ ▶▶


하지만 1919년 섀플리는 우리은하 모형은 캅테인 모형과는 달리 태양이 우리은하의 중심에 있지 않고 더 멀리 떨어져 있다 주장해서 코페르니쿠스의 태양중심설에 못지않은 변혁적인 우주관을 제시하기도 했다.


위에 열거한 역사적 사례를 보면 우리는 100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 은하에 대해 정확한 지식을 가지지 못했다. 그 이유는 지금 보니 우리가 우리 은하의 크기나 모양, 구성 등을 측정하는 보다 정확한 방법을 알지 못했기 때문임을 알 수 있다. 그러니 그 방법을 알기 전까지 우리 은하에 대한 정확한 지식을 가지는 것이 불가능하게 여겨졌던 것이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 그런데 역사는 솟아날 구멍은 포기하지 않고 인내하는 자에게 마치 우연과 같이 찾아온다는 것을 알려준다. 실마리를 찾지 못하던 우리 은하의 정확한 모습을 측정할 수 있는 도구는 아무도 기대하지 않는 우연으로 발견되었다. 하지만 그곳에는 우연을 만드는 인내가 있었다.


인류가 우리 은하를 측정할 수 있는 도구로 발견한 것은 전파였다.

1888년 독일의 하인리히 헤르츠는 스파크방전실험을 통해 전파가 존재하며, 전파도 빛과 마찬가지로 굴절, 반사, 회절 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1894년에는 이태리에서 마르코니가 무선 송, 수신기를 발명하여 전파를 통신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로서 인류는 1901년에 이르러 대서양 횡단 무선 통신이 가능할 정도로 전파 통신 공학에 괄목할만한 연구를 이루었다. 하지만 아무도 전파가 우리 은하를 측정하는 도구가 될 수 있음은 상상하지 못했었다.


그러던 1932년 경, 미국의 벨 전화 회사에서 무 선통신 연구 기술자들 잰스키는 지구상에서 자연 발생적으로 포착되는 전파들을 관찰하고 있었는데, 근원이 모호한 전파 잡음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잰스키는 처음에는 그 전파가 태양에서 날아온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천문학에도 조예가 깊었던 그는 전파가 태양에서 오는 것이라 생각하고 전파에 대해 연구를 했다. 그 결과 자신이 발견한 전파는 태양이 아니라 은하계의 중심에서 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의 연구는 당시 천문학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는데, 이는 당시 천문학자들은 렌즈를 이용한 광학 망원경의 관측에 의지했었기 때문에 전파로 우주를 연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잰스키의 은하 전파 발견으로 물고가 트인 전파 천문학의 맥은 미국인 레버에게 명맥을 이어갔지만 2차 세계 대전으로 통신 공학자나 천문학자들이 거의 다 전쟁에 동원되었기 때문에 아무런 발전을 거두지 못했다.


그런데 전쟁으로 뜻하지 않은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던 레이더가 발명 되고 전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레이더 기술은 급속하게 발전했다. 영국과 미국은 전쟁 중 레이더가 천문학에 매우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경험했다. 1942년 2월 영국의 레이더는 정체불명의 전파로 방해를 받았는데, 그것이 태양 전파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찬가지로 같은 해 6월에는 미국도 태양 전파를 레이더로 발견했다.


전쟁이 끝나고 전파를 이용한 레이더가 천문학의 주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증명된 사건이 일어났다. 1945년에는 유성을 레이더로 포착하여 야간이 아닌 주간의 유성을 관측했고, 1946년에는 달에 전파를 쏘아 보내 그 반사파를 잡는 월면 반사 실험도 행해졌다. 이 방법으로 달 까지의 정확한 거리를 얻게 되었으며, 마찬가지로 금성, 수성 등도 레이더 관측이 실시되어 표면의 지형까지 알게 되었다.


그 후 레이더를 이용하는 초창기의 전파 천문학 방법은 천체가 발사하는 전파를 직접 잡아내는 거대한 전파 망원경으로 발달하게 되었다.







1940년대 들어 전파천문학이 놀랍게 발전했다. 천문학자들은 전파의 각 파장대의 특성을 이용해서 우리 은하를 다양한 측면에서 관측했다. 그래서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우리 은하는 네 개의 주요 나선팔이 있는 전형적인 ‘나선은하’임을 알게 되었다.


그러던 중 1990년대에 와서 천문학자들 사이에 우리 은하의 중심에는 막대가 있을 거라는 주장이 거론되었지만 이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논쟁만 되고 있었다. 우리 은하의 중심이 어떤 가를 알려면 우리 은하의 중심을 들여보는 도구가 있어야 했지만 천문학계에는 마땅한 도구가 없었다.

이는 우리 은하 중심이 눈부시게 밝을 뿐만 아니라, 은하 원반의 성간 먼지나 가스, 별 등이 우리의 시선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정답이 전파다. 천문학자들은 가장 산란이 적은 적외선 망원경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결국 2005년 스피처 적외선 우주망원경은 마침내 은하 중심을 침투해서 관찰에 성공했다. 이 관측으로 우리 은하 중심에는 2만 7000광년 길이의 막대 구조가 있음을 공식 확인됐다. 그리고 우리은하의 팔도 막대 구조 끝에서 뻗어 나온 2개의 나선팔과, 여기서 가지 치기한 2개의 작은 나선팔이 더 있는 ‘막대나선은하’임을 밝혀냈다. 이로써 우리 은하의 형태는 ‘막대나선은하’로 확고히 자리 매김 되었다.


태양을 중심으로 본 우리 은하
전파나 적외선 관측 등을 통해 은하 원반의 먼지를 뚫고 확인된 나선팔과 막대구조로 구성된 우리은하 상상도. 태양(위 그림의 You are here)은 은하중심으로부터 2만 8천 광년 거리에 있으며, 나선팔 중의 하나인 오리온 팔의 안쪽 가장자리에 있다.(출처=NASA)
전파나 적외선 관측 등을 통해 은하 원반의 먼지를 뚫고 확인된 나선팔과 막대구조로 구성된 우리은하 상상도. 태양(위 그림의 You are here)은 은하중심으로부터 2만 8천 광년 거리에 있으며, 나선팔 중의 하나인 오리온 팔의 안쪽 가장자리에 있다.(출처=NASA)







거대한 우주에서 본다면 인간은 먼지보다 작은 존재이다. 그런 인간이 은하의 모양을 파악하고 크기와 구성 성분을 측정한다는 것은 상상만 해도 아득한 불가능한 일로 보인다. 실로 100년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그러나 솟아날 수 있는 구멍은 포기하지 않고 인내하는 자에게 우연처럼 다가온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 본 포스팅의 내용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이상의 내용을 보면서 천문학자들의 천재성을 논하고 우주의 광활함에 감탄하기보다는 먼지보다 작게 보이는 미약한 존재가 희망을 포기하지 않을 때 이룬 놀라운 기적에 관심이 더 많이 간다.

우리 은하의 모양을 밝혀낸 과학자들은 천재들이었지만 불가능의 절벽에 서서 포기하지 않았던 인내의 천재들이라 평가하고 싶다. 그런 사람들에게 이제까지 인류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은하의 비밀 한 가닥이 열렸다 생각한다.


혹시 불가능의 벼랑에 서있다 생각되어 절망의 수렁이 계속해서 보이는 분이 있을지 모르겠다. 인간은 분명히 은하의 비밀을 모두 알 수는 없는 너무나 미약한 존재이다. 하지만 불가능하게 보이는 우주의 비밀의 한 가닥은 열 수 있다. 인내가 그 방법이다. 인내하면 반드시 솟아날 구멍이 보인다. 인내하면 예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눈이 열리고, 그 눈이 하늘로 솟아 올라가는 구멍을 찾아줄 것이다.